생명과학

정치에 사용되는 유전자

생명의 이해 2024. 12. 12.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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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과 행동에 대한 유전자의 연결 관계에 관한 연구는 점차 증가하면서, 이 주제는 대중의 화제와 관심을 끌고 있다. 2차 세계대전 말기부터 1980년대까지, 사회과학자들은 사회의 악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제도적이고 환경적인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정치적 가르침에서 선천성보다는 후천성을 선호하며, 환경을 변화시키는 것이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보았다. 그러나 산업 국가들이 겪고 있는 심화된 사회적 위기를 고려할 때, 이러한 전통적인 접근법으로는 더 이상 실질적인 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사회생물학자들과 그들의 영향을 받은 학자들은 제도나 환경 개혁이 문제를 완화할 수는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공하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경제나 사회 제도를 조사하고 분석하는 것이 결국 실효성이 없으며, 이러한 노력은 단지 문제를 완화시키는 데 그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에 따라 그들은 사회적 변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유전자에 대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유전자는 사람들의 행동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결국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유전자의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환경은 하나의 요소일 뿐이며, 유전자가 인간 개인과 집단의 행동에 궁극적인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은 20세기 초반 헉슬리와 미국의 우생학자들, 그리고 그 이후 많은 과학자들에 의해 확립되었다. 그들은 문제의 원인이 인간이 만든 제도에 있지 않고, 인간 자체의 유전자에 있다고 확신하게 되었다. 후천성론에서 선천성론으로의 급격한 이동은 인간게놈 프로젝트의 출범과 함께 본격화되었다. 인간게놈 프로젝트는 인간 유전자를 해독하려는 장기 프로젝트로, 미국 정부가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여 진행했다. 이 프로젝트의 총지휘를 맡았던 제임스 왓슨 박사는, 인간의 운명이 유전자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전까지의 신념을 크게 뒤집었다. 그는 "우리는 우리의 운명이 운수에 달렸다고 생각했었지만, 이제 우리는 우리의 운명이 대부분 우리의 유전자에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말했다. 이는 당시 분자생물학자들 사이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고, 다양한 과학자들이 이를 지지하며, 유전자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는 발언을 했다.

 

분자생물학계의 다른 인물들은 인간게놈 프로젝트를 "유전자의 성배"라거나 "로제타 스톤"이라 불렀고, DNA 배열이 "인간을 특징짓는다"는 발언까지 나왔다. 이러한 과장된 언급들은 분명히 정치적 동기를 가지고 있었다. 인간게놈 프로젝트가 가져올 수 있는 잠재적인 경제적 이익에 대한 기대와 함께, 대중의 관심을 끌어들이려는 의도가 있었다. 분자생물학 지지자들과 기업들은 이 프로젝트가 계속해서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노력했다. 이 프로젝트가 인간의 건강을 개선하고, 사회 문제를 해결할 중요한 정보를 제공할 것이라고 주장하며, 유전자에 관한 연구가 중요한 과학적 발전으로 인정받았다.

 

인간게놈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로 얻어진 정보는, 인간의 유전자와 건강, 그리고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었다. 이 프로젝트는 결국 많은 사회 문제의 뿌리가 되는 유전 질환을 포함한 인간의 건강 상태를 결정하는 유전자에 대한 중요한 데이터를 제공할 것이라고 보았다. 그러나 한 세대 전까지만 하더라도 학자들과 정책 입안자들은 유전자에 의한 사회적 문제의 근원에 대해 상상할 수 없었다. 심지어 그러한 의견이 제시된다면 즉각적으로 거부되었고, 유전자와 사회적 문제를 연결 짓는 주장들은 경고의 대상이 되었다.

 

캘리포니아 대학의 교육심리학 교수인 아더 젠슨은 1969년 《하버드 교육 리뷰》에 "IQ와 학업 성취도를 얼마나 끌어올릴 수 있는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어 유전자와 지능에 대한 논의를 촉발했다. 당시 미국 지성 사회는 이 같은 주장이 20세기 초의 우생학적인 사고로 돌아가게 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젠슨의 주장에 대해 반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젠슨은 환경론자들의 평등주의 때문에 이성적인 논의가 억압받고 있다고 비난하며, 유전자와 지능에 대한 연구를 촉구했다. 이후, 노벨상 수상자인 윌리엄 쇼클리도 유사한 우생학적 주장을 펼쳤다. 그는 복지 제도가 "열성적 진화를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하며, 정부가 나서서 지능이 낮은 사람들에게 불임을 유도하는 금전적 유인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주장들이 사회에서 점차 받아들여지는 분위기 속에서, 1980년대 후반까지는 많은 이단적인 학설들이 지식층에서 유포되었고, 특히 의료 분야에서는 빠르게 정설로 자리 잡아갔다. 이제는 유전자에 의한 질병과 특성, 심지어 IQ와 같은 지적 특성까지도 고려되는 현실에 이르렀다. 태아 검사 결과에서 다운증후군 양성 반응이 나오거나 IQ가 낮을 확률이 높은 아이가 태어날 가능성이 있는 경우, 일부 의사들은 어머니에게 낙태를 권유하기 시작했다. 이는 유전자에 의해 결정되는 특성들이 사회적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강조하는 사례로 볼 수 있다.

 

결국, 인간게놈 프로젝트의 출범과 이를 지지하는 과학자들의 주장, 그리고 이러한 연구가 가져올 수 있는 실용적인 혜택들은 유전자의 중요성을 한층 부각시키고 있다. 유전자가 인간의 특성에 미치는 영향이 강조되면서, 과거에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유전자와 사회적 문제의 연관성이 점차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추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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