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유전자 조작을 지지하는 이들은 유전자 결함을 교정하지 않는 것이 잔인하고 무책임한 일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유전적인 결함으로 인해 심각한 질병에 걸릴 위험이 있는 태아가 출생할 경우, 이를 예방할 수 있는 유전자 조작 기술이 있다면 이를 이용하지 않는 것이 비윤리적이라는 의견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도 있다. 《뉴욕타임즈》는 유전자 결함의 교정과 인간 종족의 개량을 위한 유전자 조작 사이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한 번 유전자 교정이 가능해지면, 이는 건강 문제를 넘어 외모, 지능, 성격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개선’을 목적으로 한 유전자 교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유전자 조작이 단순히 질병 예방의 차원을 넘어서서 사회적으로 바람직하다고 여겨지는 특성을 선택적으로 강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과학자들이 유전자 결함을 교정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통해 당뇨병, 겸상적혈구빈혈증, 암과 같은 심각한 질병을 예방할 수 있다면, 사회에서 요구하는 유전자 조작의 범위는 더 넓어질 것이다. 심지어 근시, 색맹, 비만, 왼손잡이와 같이 상대적으로 덜 심각한 특성에 대해서도 유전자 조작을 통해 예방하거나 수정하려는 시도가 있을 것이다. 과연 사회는 어느 정도까지 특정 유전적 특성을 '이상'으로 간주하고 이를 교정하려 할 것인가? 예를 들어, 피부색이나 성별에 대한 유전자 교정이 적절한가에 대한 논의가 계속될 것이다. 결국, 자녀의 행복을 증진시키고 더 나은 삶을 제공할 수 있다면, 부모들이 자녀의 유전자 교정을 거부할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미 많은 부모들이 임신 초기 단계에서 태아의 유전자 검사를 실시하며, 질병 예방을 넘어 자녀의 삶을 개선할 수 있는 유전자 조작을 고려하고 있다.
1955년에 과학자들은 양수 속에서 세포를 추출하여 태아의 성별을 판별하는 방법을 개발했고, 1960년대에는 혈우병을 가진 임산부를 대상으로 이 방법이 실제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혈우병은 주로 남성에게 발병하므로, 임산부는 성별을 판별한 후 남자 아이일 경우 낙태를 선택하기도 했다. 1970년대에는 양수천자 검사 기술이 더 널리 사용되었고, 일부 부모들은 가족 내 성비를 맞추기 위해 정상적인 태아라도 성별을 이유로 낙태하는 사례가 보고되었다. 특히 최근 들어 치료 목적 외에도 '가치 선호'를 이유로 태아의 성별을 선택하거나, 태아가 특정 질병에 걸릴 확률이 높다고 판단되면 이를 교정하려는 시도가 늘어나고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예비 부모 중 11%가 비만증에 걸릴 확률이 높은 태아를 낙태시키고 있다고 한다. 이는 유전자 교정이 점점 더 질병 예방이나 치료 목적을 넘어서, 개인의 가치 향상이나 심리적 측면까지 고려한 결정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앞으로 몇 년 내에 생식세포 계열 치료가 실용화되면, 부모들은 난자나 정자, 배세포 단계에서부터 태아의 유전자를 교정하고, 더 나아가 외모나 성격까지 조작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유전자 치료가 단순히 질병을 예방하는 차원을 넘어서, 개인의 성격이나 가치 향상까지 목표로 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부모들은 자녀의 유전자를 수정하여 더 나은 삶을 제공하려 할 것이며, 이로 인해 유전자 교정의 목적이 건강을 넘어서 ‘행복’을 위한 수단으로 발전할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부모들이 유전자 교정을 거부하는 것은 극히 드물 것으로 예상된다.
1980년대 제넨테크와 엘리 릴리 사는 유전자 조작으로 개발한 성장 호르몬을 상업화하였다. 이 성장 호르몬은 원래 왜소발육증으로 고통받는 어린이들을 치료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시장 규모가 매우 적었기 때문에 '희소질병약품법'에 따라 독점 판매권을 얻었다. 그러나 1991년까지 이 성장 호르몬의 시장은 예상보다 훨씬 확대되었고, 두 회사는 미국에서 가장 잘 팔리는 약품을 생산하게 되었다. 이로 인해 유전자 조작 성장 호르몬의 상업적 성공은 제약 산업에서 큰 영향을 미쳤고, 특히 성장 호르몬을 사용하려는 사람들의 수요가 급증했다. 이를 통해 유전자 조작 기술을 통한 상업적 성공이 실현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하지만 이는 점점 더 많은 부모들이 자녀의 성장을 위한 호르몬 치료를 받게 될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사실, 이러한 유전자 조작 기술이 확산되면서, 이제는 작은 키나 근육 발달, 탄력 있는 몸매와 같은 외모적인 특성을 향상시키려는 시도가 있을 것이다. 많은 부모들은 자신의 자녀가 경쟁 사회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도록, 그리고 사회에서 '성공적인 인생'을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키가 더 크거나 외모가 더 매력적인 자녀를 낳으려는 욕망을 가질 것이다. 이로 인해, 성장 호르몬을 포함한 유전자 교정 기술은 그 자체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점점 더 많은 부모들이 이 기술을 이용하려 할 것이다.
성장 호르몬제의 시장은 점차 확대되었고, 정상적인 키를 가진 아이들이라도 성장 호르몬을 사용하여 키를 더 크게 만들고자 하는 욕망은 커졌다. 제넨테크와 엘리 릴리 사는 이들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 전략을 전개하며, 키가 작은 아이들을 ‘병’으로 규정하고, 이를 치료하기 위해 성장 호르몬을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들은 또한, 과학자들과 소아과 의사들이 키가 작은 아이들을 '비정상'으로 간주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치며, 이를 통해 더욱 많은 부모들이 성장 호르몬을 사용하도록 유도했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 태어나는 아이들 중 매년 수십만 명이 이 호르몬을 사용하게 될 것으로 예측되며, 이는 약 80억 달러 이상의 시장 가치를 형성할 것이다.
이와 같은 변화는 유전자 조작 기술이 단순히 질병 예방을 넘어서, 사람들의 외모나 신체적 특성을 개선하려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유전자 교정 기술의 발전은 점차적으로 사회적 가치관을 변화시키고, 사람들이 어떤 유전적 특성을 '이상'으로 간주하며, 이를 수정하려는 경향을 더 강화시킬 것이다. 결국, 유전자 교정 기술이 인간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단순히 건강 문제를 넘어서, 외모, 지능, 성격 등 다양한 측면에서 '개선'의 도구로 사용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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