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과학

컴퓨터와 유전자의 만남

생명의 이해 2024. 12. 13. 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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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날 전 세계 분자생물학자들은 역사상 가장 광범위한 데이터 수집 활동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정부, 대학, 기업 연구소의 과학자들은 유전 정보를 경제적 목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내기 위해, 가장 하등 생물인 박테리아에서부터 인간에 이르기까지 모든 생물의 게놈을 지도로 작성하고 그 배열을 밝히고 있다. 분자생물학자들은 21세기 말까지 수많은 생물의 게놈 카탈로그를 만들어 이를 활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는 지구상에 서식하는 수백만 종의 미생물, 식물, 동물의 진화 ‘설계도’를 포함하는 방대한 자료가 될 것이다. 수많은 종의 게놈 지도를 작성하여 “방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지만, 이 일은 이전의 어떤 일보다도 수백수천 배는 더 어려운 작업”이라고 미국 에너지성의 인간게놈 프로젝트팀을 이끄는 생화학자 찰스 캔터는 말했다. 수집한 생물학 정보는 엄청나서 이를 컴퓨터로 관리하려면 전 세계의 수많은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핵산의 배열을 밝혀 유전자 지도를 작성할 수백만 종 중 하나인 인간의 경우만 하더라도, 핵산 배열을 완전히 밝혀 전화번호부에 기록한다면 뉴욕 맨해튼의 1,000페이지짜리 전화번호부 200권이 필요하다. 이는 30억 개 이상의 엔트리를 가진 데이터베이스가 필요한 정도의 분량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모든 인종에 대해 같은 데이터를 수집하여 인쇄한다면, 적어도 이보다 10만 배 더 큰 데이터베이스가 필요할 것이다. 미래에는 과학자들이 개개 종의 게놈의 작은 영역을 다루고 데이터베이스를 최신 정보로 수정하는 데 노력을 집중할 것이다. 그리고 과학자들은 전 세계 다른 과학자들이 서로 게놈 데이터베이스에 접근할 수 있는 컴퓨터 단말기인 ‘게놈 워크스테이션’을 통해 서로 자신들의 연구를 통합 조정하게 될 것이다.

 

게놈 정보를 수집, 다운로드, 관리, 이용하기 위해서는 정보과학과 생명과학 사이의 밀접한 협력과 물리, 수학, 공학, 컴퓨터 과학, 화학, 분자생물학 등 관련 분야에 있는 연구원들의 교환 훈련 교육이 필요할 것이다. 인간게놈 프로젝트는 컴퓨터 과학과 유전 과학의 상호 협력을 촉진했다. 30억 개 이상의 염기 쌍을 배열하고 분석하는 일은 컴퓨터 과학자와 점점 더 정교해지는 컴퓨터 기술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할 것이다.

 

게놈 지도를 작성하고 염기 서열을 정하는 일은 이제 시작 단계에 있다. 시장에서 유용한 상품을 개발할 목적으로 전체 자연계를 유전자 단계에서 다시 조직하는 작업은 도전적이고 두려울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도해 볼 만한 일이며 일찍이 그 어떤 것보다도 가장 중요한 경영 과제이다. 유전자, 조직, 기관, 유기체, 외부 환경과 유전자 돌연변이, 표현형 반응을 일으키는 원인 사이의 상호 관계망을 모두 이해하고 기록하는 일은 그 어떤 복잡한 모델 시스템보다도 훨씬 더 복잡하다. 따라서 정보과학자들의 컴퓨터 관련 기술에 크게 의존하고 여러 학문 분야를 포괄하는 접근 방법에 의해서만 이 과제를 해결할 희망을 가질 수 있다. 유전 암호를 해독하고 관리하는 컴퓨터의 잠재적인 능력을 보여준 사례가 있다. 1983년 당시 캘리포니아 대학의 화학 교수였던 러셀 둘리틀과 그의 동료들은 단지 컴퓨터 출력 기록을 읽어보기만 해도 중요한 생물학적 발견을 할 수 있었다. 둘리틀 연구팀은 두 개의 단백질에 대한 컴퓨터 출력을 비교한 결과, 암의 한 형태인 DNA 배열과 세포 성장 중인 DNA 배열이 서로 같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이는 암 유전자가 세포를 비정상적으로 성장하게 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생물학적 실험을 하지 않고도 이 같은 발견을 한 것이다.

 

생물정보학이 갑자기 크게 발전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빌 게이츠 같은 컴퓨터 분야의 거인들과 마이클 밀켄 같이 월가의 사정에 밝은 사람들이 새로운 생물정보학 분야에 자본을 쏟아부으면서 정보과학과 생명과학의 상호 결합에 의한 기술 발전을 기대하고 있다. 이 새로운 분야의 개척자 중 한 사람으로 캘리포니아 공과대학 출신의 생물학자인 레로이 후드가 있다. 그는 생명공학 분야의 ‘최고 능력자이자 모험가’로 알려져 있다. 후드는 유전자 배열 장치를 발명한 공동 발명자 중 한 명이다. 이 기계는 인간게놈을 구성하는 30억 개의 분자 배열을 밝혀내는 데 사용된다. 이 자동 기계를 사용하면 종전의 수작업에 의한 배열 방법보다 60배나 더 빨리 처리할 수 있다. 밀켄은 후드의 연구에 2,500만 달러를 지원했으며, 그는 후드의 연구팀이 더 빠른 기계를 만들어 자신이 앓고 있는 전립선암의 유전자 원인을 찾아내기를 기대하고 있다. 빌 게이츠도 후드에게 거액을 투자하면서, 헨리 포드가 자동차 생산 라인을 자동화하여 속도를 높였던 것처럼 후드도 생명공학 산물 생산 라인을 자동화하고 속도를 높이기를 기대하고 있다.

 

후드가 운영하는 다윈 몰레큘라 사는 워싱턴에 본사가 있다. 이 회사는 최첨단 컴퓨터 기술을 이용하여 지구상의 유전자 풀 속에 암호화되어 있는 가치 있는 정보를 해독하는 일을 한다. 그러나 후드의 회사만이 이런 일을 하는 것은 아니다. 게놈 연구는 분자생물학 분야에서 가장 활발한 연구 분야이며, 정보과학과 생명과학 양 분야에 있는 전문가들이 함께 모여 동식물 세계의 게놈 정보를 찾아내고, 지도 작성하고, 배열하고, 분석하고, 교환하고, 카탈로그를 만들고, 모델을 만든다.

 

바이오-이미지, 텍스트코, 바이오소프트, 옥스퍼드 몰레큘라 그룹, 어플라이드 바이오시스템즈, 팬지아 시스템즈와 같은 회사들은 이 두 분야의 기술 혁명을 결합해 게놈 데이터를 읽고 해석하며 관리하기 위한 정교한 소프트웨어 패키지와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바이오-이미지 사의 DNA 배열 필름 판독기와 배열 조립 관리 소프트웨어 패키지는 염기를 가져와서 애매모호한 부분을 용해하며, 염기 배열을 서로 정렬한 후 배열 조각의 끝과 끝이 서로 겹치는 부분을 연결하여 조립하는 작업을 자동으로 수행한다. 바이오-이미지 사의 프로젝트 관리자인 밥 루튼은 “이 소프트웨어는 생각한다고 할 정도로 매우 영리하다”고 말했다. 텍스트고 사의 유전자 검사 소프트웨어 패키지는 배열 분석 패키지와 전자 실험 노트북을 결합하여 “연구원들이 분석 내용을 검색, 편집, 수정할 수 있도록 했다” 팬지아 시스템즈 사의 최고 경영자 조엘 벨렌슨은 지금까지는 게놈 회사들이 개개의 분자 차원에서 그들의 노력을 집중했으나, 미래에는 분자생물학자들과 컴퓨터 과학자들이 DNA와 단백질 배열의 상동성 연구를 뛰어넘어 신호 전달과 대사 과정을 연구하는 데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내다본다. 다시 말하면, 분자들 사이의 상호 작용 방법과 같이 훨씬 더 복잡한 문제를 연구할 것이라는 것이다. 그는 “바로 그 개개의 분자에 초점을 맞추는 대신, 우리는 세포를 분자들의 생태계로 간주하고 연구를 시작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빌 게이츠는 정보과학과 생명과학 사이의 새로운 공동 노력을 요약하여, “지금은 정보화 시대이다. 그리고 생물학 정보는 아마도 가장 흥미로운 정보가 될 것이며, 우리는 이것을 해독하고 변화시키려 하고 있다. 이제 이것은 ‘만약’의 문제가 아니고 ‘방법’의 문제가 되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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