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의 판결이 생명공학 산업의 합법성을 인정한 1980년대 초, 그 후속 조치로 특허청의 결정은 이 산업의 발전에 큰 전환점을 맞이하게 했다. 1987년, 특허청은 모든 다세포 유기체도 특허 대상으로 인정할 수 있다는 결정을 내리며 전 세계 생명공학 산업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이는 자연을 발견한 것이 아니라 인간의 손에 의해 교묘하게 수정된 생명체를 발명으로 간주하는 변화였다. 특허청은 이러한 결정에 대해 인간을 제외한 동물과 식물의 경우, 상업적으로 이용될 수 있는 유전자를 수정하고 이를 특허로 보호할 수 있다는 길을 열었지만, 인간의 유전자나 인간의 일부를 대상으로 한 특허는 헌법상 금지된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전자, 세포, 조직, 장기 등은 특허받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열리며, 이는 생명공학의 상업화와 산업화로 나아가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특허를 받을 수 있는 발명은 새로운 것이어야 하고, 자명하지 않으며, 실용적이어야 한다는 기준이 있다. 그런데 유전자나 세포 등 생물학적 유닛에 대해 특허를 인정하는 결정은 그 기준을 넘어선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발명은 기본적으로 인간의 창의적인 노력에 의해 만들어진 새로운 것이어야 하지만, 생명체의 유전자나 세포, 기관 등의 변형은 단순히 자연을 수정한 것에 불과하다는 주장이 있었다. 즉, 특허의 대상이 되려면 새로운 유전적 물질이나 유전자 배열이 아니라, 자연 현상을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방식으로 다뤄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특허청의 결정은 이런 점에서 기존의 법률적 입장과 상반되는 결정을 내렸다고 볼 수 있다.
1987년 이후 유전자 조작 기술이 급속히 발전하면서 생긴 윤리적 논란도 한몫을 했다. 가장 큰 논란은 유전자 조작된 동물들이 특허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발생했다. 유전자 조작된 ‘발암 유전자 쥐’는 하버드 대학의 필립 레더 교수에 의해 개발되어, 뒤퐁 사에 의해 상업적으로 판매되기 시작했다. 이 쥐는 암 연구를 위한 모델로 사용되며, 그 특허는 연구용 모델로서 많은 기업들에 의해 활용되었다. 이와 같은 특허가 부여된 유전자 조작 동물들은 다른 많은 동물들에게도 확대되었으며, 소, 돼지, 양 등도 유전자 조작을 통해 특허를 받을 수 있는 대상이 되었다. 이는 생명체가 상업적 자산으로 전환되는 과정이며, 생명공학이 상업적으로 발전하는 중요한 변곡점이 되었다.
또한, 유전자 조작을 통한 생명체의 복제나 변형 기술이 발전하면서 생긴 논란도 커졌다. 캘리포니아 DNA 플랜트 테크놀로지 사의 기술이전 부장인 윌리엄 터커는 “생물이 자기 복제를 한다고 해서 그것이 기계와 다를 바 없다”고 주장하며, 유전자 조작을 통한 발명으로 간주할 수 있다는 입장을 취했다. 그러나 이는 생명체가 단순히 자연적으로 발생한 것이 아니라 인간의 의도적인 개입에 의해 형성되었다는 주장의 일환이다. 줄기세포나 유전자 조작된 발암 유전자 쥐와 같은 생명체들은 사실상 자연을 변경하고 조작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이는 기계적 장치처럼 제조된 것이 아니라, 자연적인 변형을 통해 만들어진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생명체를 특허 대상으로 삼는 것에 대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1987년 이후의 생명공학 분야에서 유전자 조작된 동물들이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면서, 과학자들은 더 많은 유전자 조작을 통해 다양한 생물들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유전자 조작된 동물들은 실험용으로 사용될 뿐만 아니라, 상업적인 목적으로도 이용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생명체로 자리잡았다. 이때 특허청은 모든 생물들이 특허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으며, 일부 전문가들은 생명체의 유전자 조작이 생물학적 특성을 수정하는 행위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또한, 생명체를 조작하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그 한계를 어디까지 설정해야 할지에 대한 논의도 커졌다.
복제 기술의 발전 역시 중요한 문제였다. 1996년, 스코틀랜드에서 ‘돌리’라는 복제 양이 태어났고, 이를 계기로 복제된 동물에 대한 특허가 진행되었다. 복제 동물들에 대한 특허가 상업화되면서, 복제 인간에 대한 논란도 일기 시작했다. 복제 인간은 법적으로 명확한 규정이 없었으며, 윤리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상업화될 가능성이 존재했다. 이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으며, 복제 인간의 특허 대상 여부는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복제된 인간이 기존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면, 특허의 대상이 될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결국, 생명공학은 산업화되었지만 그에 따른 윤리적 논란과 법적 쟁점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생명체를 조작하고 그 결과를 상업적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은 계속될 것이지만, 이는 인간 존엄성, 자연의 권리, 그리고 생명체의 본질에 대한 깊은 성찰을 요구하는 문제이다. 과학의 발전과 상업화가 반드시 윤리적 기준과 결합되어야 하며, 그러한 균형을 맞추는 것은 현대 사회가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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