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과학

고갈되는 유전자

생명의 이해 2024. 12. 12.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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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공학 혁명은 과학과 기술의 발전을 통해 새로운 차원의 창조물을 만들어내고, 이를 자연 환경에 방출하려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유전자나 생물학적 요소들이 자연 세계에 방출되는 것이 목표이지만, 이 과정에서 여러 가지 문제와 위험이 존재하고 있다. 생명공학 기술의 성공 여부는 결국 유전자 자원에 대한 접근성, 즉 농작물, 동물, 제약 및 의료용 품목에 새로운 형질과 특성을 부여할 수 있는 유전자들을 얼마나 잘 찾아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현재로서는, 유전자 기술이 자연에서 얻어지거나 기존의 농작물, 가축, 심지어 인간에게서 추출된 유전자에 의존하고 있으며, 실험실에서 완전히 새로운 유전자를 만들어내는 기술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이는 생명공학 산업이 여전히 유전 물질을 추출하고 재배열하는 수준에 그쳐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창조적인 유전자의 생성은 아직 미지수에 해당한다.

 

이와 같은 현실에서 생명공학 기술이 직면한 또 다른 큰 문제는 바로 유전자 다양성의 감소이다. 생명공학 산업은 종종 유전자 풀을 협소하게 만들고, 이는 미래의 생명공학 기술의 성공 가능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피터 레이븐 미주리 식물원 원장은 "생물 다양성을 이해하고 조작하는 능력에 따라 생명공학 산업의 진보와 이익 가능성이 달려 있다"고 경고하며, 유전자 다양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했다. 유전자 다양성의 부족은 생명공학 기술이 장기적으로 인류에게 제공할 수 있는 잠재력을 심각하게 제한할 수 있다. 또한, 농작물에서 유전자 다양성의 손실은 단순한 이론에 그치지 않고, 역사적 사례를 통해 그 심각성을 입증한 바 있다. 예를 들어, 19세기 중반 아일랜드에서 발생한 감자 블라이트 병은 당시 주요 식량 자원인 감자가 유전자적으로 매우 제한된 특성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쉽게 병에 걸려 대규모 기근을 초래했다. 당시 아일랜드에서 기근을 겪은 사람들은 많은 수가 사망하거나 북미로 이주해야 했으며, 블라이트 병의 저항력 있는 감자 종이 발견되어 이를 다시 도입하면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또 다른 중요한 예는 20세기 초 인도와 실론에서 발생한 커피 녹병, 그리고 1904년 미국에서 발생한 밀 작물의 줄기녹병이다. 또한 1943년에는 인도의 벼 농사에 영향을 미친 갈색점무늬병이 있었고, 1970년대에는 미국 남부의 옥수수 농사에 큰 피해를 준 옥수수 블라이트 병이 발생했다. 이러한 사례들은 근대 농업에서 순수 혈통의 단일 작물 재배가 병원균에 취약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였다. 순수 혈통의 농작물 재배는 농작물의 저항력을 떨어뜨려 병균에 대한 면역력이 부족하게 만들었고, 그 결과 대규모적인 농업 황폐화를 초래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과학자들은 저항력을 가진 새로운 종을 찾아내어 기존의 종을 대체해야만 했다. 이러한 방법은 생명공학의 중요한 부분으로, 새로운 종을 발견하고 도입하여 기존에 문제가 되었던 병에 저항할 수 있는 특성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이와 함께, 생명공학 기술의 발전에 따라 생긴 또 다른 문제는 지구상에서 유전자 다양성이 급격히 손실되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미래에 식량, 의약품, 섬유 등을 제공하는 데 큰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21세기 중반까지 약 4,000여 종의 귀중한 식물 종이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식물 종의 감소는 세계 식량 안보에 중대한 위협을 초래할 수 있으며, 에두아르 사우마 유엔 식량농업기구 사무국장은 유전자 다양성의 손실이 식량 안전을 위협한다고 경고했다. 또한, 현재 지구상에서 진행되고 있는 생태계 파괴로 인해 다양한 종들이 멸종 위기에 처해 있으며, 이는 지구 환경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예를 들어, 안데스 지역에서의 과도한 방목, 벌목, 인간 거주지의 확장 등은 야생 감자와 같은 다양한 식물 종들을 위협하고 있다. 페루 해안 지역에서는 염소 과도 방목이 야생 토마토 종의 멸종 위험을 초래하고, 중미 지역에서는 석유 회사인 필립스 페트롤리엄 텍사코가 산림을 남벌하여 코코아와 같은 식물 종들이 대규모로 손실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도날드 포크, 미주리 식물원의 전 소장은 2만 5천 종에 달하는 미국의 토착 식물 중 3천 내지 5천 종이 거의 소멸해 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생명공학 기술의 발전이 단기적으로는 유전자 다양성을 보호하는 데 한계를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또한, 하버드 대학의 생물학자 윌슨은 중남미에서 발견되는 많은 식물 종들이 100년 이내에 멸종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특히, 중남미 원산인 토마토, 옥수수, 땅콩, 후추, 호박, 코코아 등의 야생 종들이 멸종 위험에 처해 있다. 윌슨은 "우림 지역이 현재와 같은 비율로 파괴된다면, 남아 있는 우림 지역의 절반이 사라질 것"이라며, "이 경우 그 지역에 있는 전체 종의 10%에서 22%가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매년 27,000종의 동식물이 멸종하고 있다고 추정하며, 이는 하루에 약 74종이 사라지는 속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윌슨은 현재 인류가 지질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종을 잃고 있다고 경고하며, 이는 지구 생태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생명공학 기술의 발전이 미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는 유전자 다양성의 보존이 핵심적인 과제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새로운 유전자 자원을 발굴하고,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농작물과 동물을 개발하는 데 집중해야 하며, 이러한 노력이 인류의 생존과 환경 보호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생명공학 기술은 아직 많은 과제를 안고 있지만, 과학자들은 지속적인 연구와 기술 개발을 통해 유전자 다양성의 보존과 생태계의 보호를 동시에 이룰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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